Q1. 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장승호 작가님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집중하고 계신 작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며 살고 있는 장승호입니다.
제게 가장 몰입되는 순간은 바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예요. 그 느낌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우주 속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과 닮아 있습니다. 저는 작품마다 번호를 붙이는데, 벌써 1800번 가까이 다다랐어요.
때때로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죽기 전까지도 작업을 하고 있겠다는 확신이죠. 제게 그림은 어떤 선택지가 아니라, 결국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운명처럼 느껴집니다.
Q2. 작업실과 일상
🥄: 요즘 머무르고 계신 작업실에 대해 궁금해요. 작업실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가장 오래 머무는 이 공간에서의 루틴이나 분위기가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들려주세요.
🧑🎨: 최근에 작업실을 서울로 옮겼어요. 원래는 조금 외곽에 있었는데, 집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게 됐죠. 이사를 하면서 정말 강렬한 경험을 했어요. 그동안 쌓아온 작업들이 5톤 트럭 한가득 차더라고요. 이삿날엔 '작품에 치어 죽겠구나' 싶을 만큼 벅찼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아, 나는 예술을 ‘비즈니스’처럼 해나가는 타입은 못 되겠구나. 팔릴지 안 팔릴지도 모를 물건을 이렇게나 많이 만들고, 몇 년 동안 비용을 들여 보관하고, 또 고생하며 이사를 하면서…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요즘은 그동안 쌓아뒀던 옛날 작품들을 꺼내서 먼지도 털고, 수정할 곳이 있으면 다시 손보고, 사진도 다시 찍고 있어요. 그렇게 정리한 작업들을 인스타그램이나 아트스푼에 차곡차곡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들이 저에게는 일종의 루틴이자 사유의 시간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도 작업실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어요.
Q3. 색채와 붓질에 담긴 에너지
🥄: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강렬한 색채, 에너지 넘치는 붓질이 인상적입니다. 이처럼 감각적인 요소들이 작가님의 내면이나 세계관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 저는 살면서 한 번도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을 제대로 던져보지 못했습니다. 남들이 하니까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아왔습니다. 학교에 가고, 학원에 다니고, 교회에 가고, 돈을 벌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졌던' 삶이었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였죠. 학교 과제, 전시, 판매를 위한 그림을 그리며 그 흐름에 따라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양처럼 길들여졌다고 느꼈습니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 다니던 시절, 학교 꼭대기에 있는 김보현(Po Kim) 작가님의 미술관에서 그의 작업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무엇’이 아니라 ‘태도’야. 너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하고 있는 너가 누구인지가 중요해.” 그의 그림은 형상보다 먼저 색채와 붓질,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거기서 저는 자유를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그림에서 ‘무엇’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리는지가 아니라, ‘그리는 나’로서의 존재를 받아들였죠. 회화는 저에게 얽매이지 않고, 억압당하지 않는 자유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감각으로 실존하는 무한한 공간, 바로 그 안에서 저는 나 자신과 삶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어요.
Q4. 아트스푼 공모전 그랑프리 수상 소감
🥄: 최근에 아트스푼 상금형 공모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셨는데요,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그리고 이 경험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 물론 기뻤습니다. 다만 저 같은 변방의 장수 같은 작가에게 그랑프리라는 상이 과연 어울리는지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제가 좋아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연 대중성까지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고민도 있었거든요.
최근에 여러 크고 작은 공모전에 떨어지면서 조금 의기소침해 있던 상태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이 상을 ‘열심히 하라’고 주시는 격려로 믿고,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트스푼 파이팅입니다!